아드리안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파트너 릴리는… 생각보다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고, 화끈한 면이 있었다…. (물론 보이는 게 다는 아니겠지만!) 이래도 되나? 라고 생각할 때 릴리는 이미 저지르고 난 뒤… 그럼 다른 고민 할 것도 없이 그저 손을 잡고 달리기만 하면 됐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될 때마다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릴리가 너무 소중해.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처음 타인의 악의를 접했을 때는 많이 울적했다…… 마는, 무사히 오늘을 보내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부족해서 오래 우울을 겪지 않고 부지런히 현재에 적응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능력은 꽤 유용하기에 이것저것 고장 내거나 교란해 도주 중. 작은 깡패와 함께…….
릴리
동료에게서 흐른 푸른 피를 보고, 피부로 와닿는 공포와 적의를 느끼고부터 많은 감정을 겪었다. 스스로 의심하고, 혼란하고, 제게 와닿는 적의마저 이해하다가… 도주 생활이 길어지면서 전부 그만두었다.
결국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따위가 자신과 아드리안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 이제는 조금 ‘배 째라’다. ‘뭐, 피가 파래? 어쩌라구? 이렇게 뒤쫓다 우리가 실수로라도 누군가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할 거지? 몰라, 다 때려치워!’
이제 릴리에게 소중한 것은 많지 않다. 그 사실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단순해 편안했다. 더 이상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리하게 능력을 쓰고, 잠든 아드리안을 지켜보며 홀로 잠들지 못한 채 온갖 사소한 소리에 지쳐갈 필요도 없었다. 매일 달라지는 잠자리에서 잠이 들고 차가운 밤하늘을 지붕 삼게 되더라도,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없다 해도 이제는 아드리안과 같은 때에 잠들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 끄고, 아드리안과 둘이서 어떻게든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릴리에게 그동안 겪은 어떤 일보다 쉽고, 별것 아니게 느껴졌다.
이제는 오로지 둘만을 지키기 위해 능력을 쓰며(전자기기에 왈칵 물을 끼얹어버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도주 중이다. 어차피 능력이 있는 둘에게 웬만한 무력은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릴리는 지금 여느 때보다 편안하고 또 제멋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