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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

키메라의 멸종이 다가오자 로단테는 기뻐했다. 우리도 다른 사람처럼 휴가를 달라고 하자. 이리저리 놀러 다니고, TV에서 본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아. 들뜬 재잘거림에 제우스는 나름대로 동조해주었다. 인간들도 고마운 걸 알면 제대로 보답은 해줄 거다.

 

막상 종전이 선언되자 어딘가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유일한 본인의 쓸모가 사라진 감각. (물론 제우스는 끄떡없었다. 로단테만의 생각이다) 전쟁이 끝났으니 세계 복원에 힘을 쓴다고 해도 제우스의 패널티가 이전처럼 올 일은 없을 테다. (이건 다행이지만!) 자신도 능력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겠지. 

 

하지만 로단테는 땅을 오래 파고 있는 성미가 아니었다. 내 다른 가치를 찾아보자. 이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제우스는 능력을 본인의 일부로 여겼으나 그건 그저 당연한 일이었다. 사용처가 사라진다고 해도 스스로는 여전히 우등한 존재이니.

 

제우스는 로단테의 뜻을 쉽게 알아차린다. 쓸모를 걱정하는 거겠지.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되어도 놓아줄 마음은 없다만? …잠시만, 이건 소유욕인가? 제우스의 자각은 항상 빠르다. 사랑이군. 이름하여 LOVE.
 

폐기 논의

제우스는 정부를 위해 더 일해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찮은 것들이 실망한다고 해서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은지? 그는 아주 당연하게 로단테가 본인과 함께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전제는 로단테의 거절로 깨졌다.

왜? 넌 내 건데? 빤히 보다가 다시 대답을 독촉한다. 얘 왜 반항하지? (이런 심리) 로단테는 어차피 자신과 같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자의냐 타의냐 갈릴 뿐이다. (이런 심리2)

“인간들이 우리를 의심한다고 해서 내 제작 목적이 바뀌는 게 아니야.”

헛소리군.

 

“난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고 여기 있을 거야.”

정신 교육이 필요하겠는걸.

 

“너도 나랑 남아주면 좋겠어. (민망한 침묵) …너, 너도 내가 필요하잖아….”

흠….

 

“너 내가 폐기 당해도 돼?”

“되겠냐!!”
 

제우스는 두 갈래 선택지를 두고 생각한다. 조금 더 유한 방식을 고른 건 그가 로단테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단테의 두서없는 설명을 통해 그가 자신의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고. 너는 영웅인데 도망쳤다고 사람들이 너한테 실망하면, 네가 욕먹으면 나 너무 속상할 것 같아. 난 네가 너무 좋은데. 넌 내 유일하고 영원한 파트너인데…. (이쯤에서 플러스 점수) 우리 며칠만이라도 상황 지켜보자. “좋아.” 전혀 상관없었지만, 애정하는 파트너의 속이 상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하나. 넌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걸 알아둬.”

로단테는 제우스의 말을 동료를 향한 신뢰로 알아들었다. 철석같고 바보 같은 믿음이다. 너…, 나를 의지해주는구나!!! (찌잉~) 그렇다. 그들은 아직도 착각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우스

관대한|호전적인|한 사람을 향한 인정

살려달라고 고개 조아릴 때는 언제고 이제 나한테 엿을 먹여? 아주 괘씸하다. 그는 인간에게 힘을 베풀어준 것일 뿐, 키메라를 죽이거나 인류를 구원하는 데에 따른 신념 같은 건 없었으니까. 슬펐거나 상처받았냐고? 그럴 리가! 그냥 저 뻔뻔함에 기가 막혔을 뿐이다. 감히, 토사구팽을 내게 시도해?

​기다리는 건 발표까지다. 결과가 어떻든 로단테를 데리고 이곳을 뜬다. 키메라는 없어졌지만, 세상에 재난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다. 우등한 존재를 인지하고 경배해라. 그 목적을 위해서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실질적으로 고통을 덜어주는 자가 곁에 있다면 배타적으로 굴더라도 결국 고개 숙일 수밖에 없겠지.

로단테

미련|끈기|한 사람을 향한 신뢰

그는 미련하다. 전 세계가 워커에게 등을 돌렸음에도 여전히 인간의 편에 서고자 한다. 어릴 적 있었던 사건들의 흔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좀처럼 미련을 놓을 줄 모른다.

 

제작되었을 때부터 윤리적으로 완벽하게 우등한 워커. 자신이 실제로 키메라를 재료 삼아 만들어졌든, 아니든, 그런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인간은 여전히 우리를 필요로 한다. 그럴 것이다. 인간을 돕기 위해 제작된 인공 생명체는 사용하자면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로단테는 끈기 있게,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다. 파트너와 둘이 손잡고 도망친 지금까지도.

 

로단테가 인간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신뢰는 이전부터 쭉 한 사람만의 것이었다. 이 단호한 신뢰는 자신의 쓸모를 찾아주고, 몇 년째 옆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파트너에게로 향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순수한 신뢰만을 가졌던 게 맞는지 의문이지만 이런 사소한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로단테는 그런 좋아하고, 신뢰하는 파트너에게 지금은 도망치지만 언젠가 또 사람들에게 위험이 닥친다면 고민하지 않고 돕자고 말했다. 기관으로의 복귀까지 포함해서. 그는 의외로 욕심쟁이인 건지,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제우스에게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뇌격 雷擊

말 그대로 번개를 발생시키는 이능력이다. 최대 200m가량의 공중에 구름을 대신하는 둥근 구슬을 여러 개 생성해 낙뢰를 내리친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투명한 구슬 속에는 어두운 구름이 휘돈다. 벼락은 인재보다 천재에 가깝지. 파괴력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원천이 되는 구슬의 고도는 그 강도와 범위에 비례한다. 이제는 조절도 자유자재. 이름과 어울리는 컨트롤이다.

몸에 직접 전기를 두른 채 뛰어들어 근접전을 벌이기도 한다. 전류가 흐르는 근원은 본인의 신체가 되며, 강도는 높아지지만, 활용 범위는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이 경우 전격은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본인의 호전적인 성격과 잘 맞는 동시에 오감을 잃는 부작용이 전장에서 발생할 시 일종의 전기장을 자신의 몸 주위에 둘러 잃어버린 감각을 보완한다. 로단테를 믿고 있지만, 호전적인 성격상 이런 방식의 활용도, 즐거우니까.

공백 空白

그는 더 이상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드디어 진심으로 파트너와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기 시작한 건지……. 능력의 발동 조건은 사용 대상을 인식하고, 시야 내에 두는 것.

심적인 변화 탓인지, 열심히 단련한 덕분인지, 초능력의 운용 범위도 늘었다. 패널티 뿐만 아니라 뭐든지, 허용 한계만큼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게 부피와 질량을 가진 물체이든, 실체가 없는 허상이든, 상관없이 지워버린다. 

이 사용법을 익힌 날이 공교롭게도 워커의 몸에 흐르는 파란 피가 공개된 날이라 이름도 다시 붙였다. 다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기타사항

나이는 둘 다 25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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