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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사건 

키메라가 모두 사라지자 우리의 의무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플로리아는 원래부터 전장에 적응하지 못했으니까, 정말 잘된 일이야. 인류를 돕는 건 기쁜 일이었지만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고 벗어나면서 애정하는 파트너의 부상을 지켜보는 건 끔찍한 나날이 아닌가.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일상과 평화로운 에필로그만이 남아있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의 재료가 키메라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여론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공격 능력이 없는 플로리아보다는 극공격형 워커인 세레스 쪽이 더 많은 통제에 얽매여야 했다. 

건물보다 크게 수화할 수 있는 검은 늑대, 강철을 두부처럼 자르는 발톱, 인간 따위는 한입에 꿀꺽 삼킬 수 있으리라. 인류를 수호하던 늑대를 흉포한 괴물로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우리를 위협하는 키메라는 사라지지 않았어! 바로 여기 남아있어! 플로리아와 세레스는 서로의 손을 잡고 인내했다.

 

플로리아와 거리를 걷던 세레스에게 돌을 던진 건 자식들을 전부 잃은 한 노인이었다. 꺼져버려! 인간의 공격이야 미약한 수준이다. 단단한 외피 덕분에 피는 흐르지 않았다. 푸른 혈액을 돌리며 박동하는 심장에는 금이 갔을지도 모른다. 세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고요히 분노하는 플로리아를 눈치채지 못하고.
 

플로리아

22세, 170cm

성숙해진 | 선택적 다정함 | 선을 긋는 | 그러나 여전한 겁쟁이

진작부터 WOW도, 워커도, 키메라도 인류도 좋아하지 않았다. 플로리아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오직 세레스가 인류를 돕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둘 다 폐기되기 전에 도망가자. 폐기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플로리아는 소극적인 성격답지 않게 먼저 이야기했다. 도망치자.

우리 둘만을 위한 낙원을 만들고 싶어.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버리자. 이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세레스의 지친 얼굴에 플로리아는 한 걸음 나아가고 성숙해진다. 강해지는 계기가 된다. 그게 비록 좋지 않은 방향이라도. 

세레스가 어떤 마음으로 자기들을 구해주려고 했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파트너의 믿음을 배반한 건 상대다. 쭉 참고 있던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은 건 염치도 모르는 인간들이다. 내가 너를 지킬게. 아무도 못 다가오게 막아줄게. 이제 내가 괜찮다고 말해줄 차례야. 우린 하나잖아.
 

세레스

22세, 175cm

여전히 올곧은 | 그러나 멈춰 있는 | …….

인류를 위했다. 전부 믿고 따랐다. 우리의 존재가 키메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전부 섬멸하고 인류를 구원한 일이 달라지는 게 아니야. 우리를 대하는 이 태도는 옳지 않아. 세레스는 부당한 일에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상처받는 게 당연하지. 플로리아와 나는 도구가 아니야…. 원하는 대로 만들어놓고 생명의 폐기를 논하다니 어불성설이다. 규율이라고 해서 그릇된 것을 받아들여 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게 플로리아의 안전과 직결된다면 더욱. 우리는 이성과 지성이 있고, 고유한 권리가 있다. 부모라 해서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어. 그런데 돌아오는 건 뭐야? 돌?

…알아주기를 바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아니었나 봐.
 

이그드라실

이그드라실은 너무나 거대한 셰계수, 그 뿌리는 요툰헤임과 니플헤임까지 이어진다. 그래, 저승으로…. 분노한 플로리아는 힘을 원했다. 오직 둘만의 낙원을 생성하자. 방해하는 자는 전부 묻어버리자. 능력이 터져 나온 계기는 세레스가 고개를 숙인 그 날

키메라 때문에 세레스를 잃을 일이 사라지자 슬럼프 회복은 빨라졌다. 정원에는 다시 꽃이 핀다.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는 푸릇한 이파리가 가득하다. 품고, 치유하고, 보호하고, 그리고…. 이제 피어나는 것은 꽃들과 나무, 가시넝쿨과 식충 식물. 다가오는 자는 망설임 없이 공격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건지, 타인에게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틈은 생겨났다. 그때에는 없던 것처럼 아래로 삼킬 수밖에. 반쪽에게는 비밀이다.

후유증은 손끝부터 천천히 식물처럼 변해가는 것. 부드러운 살은 딱딱해지고, 손끝에서는 마른 꽃잎이 떨어진다.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후유증보다 더 두려운 건 너를 잃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펜릴

전쟁은 끝이 났고,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걸. 커다란 크기의 늑대로 변화하는 데에 거부감이 생겼다. 스스로 허용하는 건 최대 2m가량의 몸길이. 못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것에 가깝기는 하다. 완전 수화도 하지 않는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말한 괴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지능이 떨어지고 이성을 잃는다는 건 그런 감각이다. 능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

플로리아의 정원에 다시 꽃이 피기 시작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여긴다. 전처럼 널 지켜주지 못할지도 몰라. 미안해. 지금은 멈춰 서고 머물러서 쉬고 싶었다. 플로리아가 옆에 있으리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세레스를 안정케 한다.

 

능력을 사용한 후유증은 일정 시간 동안 완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것. 본인의 의지로 수인화했을 때와의 차이점은 지능이 온전하다는 것과 전투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과 늑대가 뒤섞인, 혹은 작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모든 신체 능력이 일반인 이하로 감퇴한다. 다행히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언제 후유증이 사라지는지 스스로 짐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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