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자, 다 괜찮을 거야.
차세주
주어진 이능력은 한계점을 돌파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그에게 그것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부정확한 조준 실력은 보완단계를 거쳐 슬슬 안정적이다. 디테일을 적당한 감으로 커버하는 일에 도가 텄다. 종종 실수도 하긴 하지만 어차피 절반쯤 운에 맡긴 인생! 안대는 수십 번 정도 바꾼 끝에 정착했다. 편하다.
패널티인 자각몽에 대항할 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식은 다양하니 그때그때 파트너인 송인아와 함께 고안한다. 패널티를 이끌어내는 능력 발현의 범위 또한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해졌음을 확인했다.
단 한 번을 선택할 수 없었던 우리가 비로소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너를 선택하겠다.
수없이 많은 인간의 군상들, 조금도 닮아보이지 않는 그들과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 속에서.
너 같은 사람은 늘 너밖에 없었으므로.
무엇 하나 얻을 수 없는 삶이었지만 너를 잃지 않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송인아
주어진 이능력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중력이란, 단 한 사람을 제외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필히 작용되는 힘이기에 그 힘이 보태진다면 분명 한쪽을 유리하게 이끌 키가 되었겠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도 지면 위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차세주의 곁을 떠나지 않는 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어떠한 힘 때문일 것이다. 만유인력이든, 운명이든. 확실한 건, 이것은 제가 다루는 중력보다 아주 강력하고 질기다는 것이다.
그의 파트너는 말했다. 도망치자고.
어디로?
어디로든. 네가 가고자 하는 곳이라면 기꺼이.
그때의 말을 증명하듯이 송인아는 차세주의 곁에 존재한다. 차세주 또한 송인아의 곁에 존재한다.
우리는 비단 행성과 위성이 아닌,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별이었을지도 모른다. 송인아는 단 한 번도 차세주의 궤도를 벗어나고 싶다 생각한 적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차세주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했다. 고로 송인아 또한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한다. 아니, 애초부터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선택지를 택했다.
그의 시선 안에서는 ‘인류’나 ‘키메라’ 따위가 아닌, 그저 ‘송인아’로 존재할 수 있었기에. 짧은 생에서,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그러니 그 하나뿐인 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맡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