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케이아
가벼운 접촉을 통해 자신에게 할당된 능력과 에너지 내에서 타인을 치료할 수 있다. 당연지사 신이 아닌 탓에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빈사 상태에 이른 사람도 조금만 무리한다면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정도. 치유의 범주는 내상과 외상을 가리지 않으며, 다인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도 각각의 부상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가능하다. 일종의 거대한 보조 전력이 달린 발전기와 같은 원리인 셈. 다만 이 전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채워지는 속도보다 빨라 보조 전력이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치료하는 만큼의 상처가 자신에게 전이된다. 이 지경까지 이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곧잘 무리하는 파트너 덕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듯.
웨폰 마스터
그가 다루는 무기는 능력의 영향을 받아 총탄도 대포와 폭탄으로도 상처를 입지 않는 짐승들이 타격을 받는다. 처음 든 무기도 평생을 쥐고 산 숙달자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마치 진짜 기계 병기처럼 최적의 활용을 보여준다. 다만 능력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거의 무아지경이 되어 파트너가 바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바라는 목표가 끝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한다. 자제력을 잃고 위험 감지에 둔해져서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뼈가 어긋나거나 근육이 찢어지는 등의 내상, 혹은 공격을 무시하고 입은 외상이 자주 생긴다.
아무리 연이은 승전보의 주인공이 된다 해도 애당초 키메라와의 실전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닌데다 매번 자신의 에너지를 주변에 나눠주고 와야 하다 보니 전투에서 돌아올 때 승원은 항상 피로한 상태다. 두통에 시달리거나 소음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덤. 그나마 은오가 크게 다치지 않을 때면 또 모르지만, 그러기라도 하는 날에는……. 하여튼 점점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늘어날 때마다 심적으로는 자신이 무언가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부채감에 시달리고 있다. 은오에겐 딱히 말하지 않는 마음이지만.
능력 외에도 의학과 의료 기술에 관심이 많다. 자신에게는 거의 본능적인 ‘기적’에 가까운 이 행위의 기저에 놓인 것들을 이해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능력을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전투에 나서거나 은오와 어딘가를 나돌아다닐 때가 아니면 항상 틀어박혀 의학과 관련된 책을 보거나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시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중.
이래저래 단호한 면이 생겨서 은오가 능력을 과잉 사용한다 싶으면 등짝 때려서 데리고 나온다. 그래도 항상 목적은 완벽하게 수행하지만.
전투 시엔 거의 이성이 없는 편이라 무언가를 해치우는 것에 심리적 부담이나 거칠 것은 없었다. 다만 파트너인 승원이의 피로도를 걱정하는 터라서 무리하게 나서고 싶어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인류를 구원하는 일에 좋고 싫고를 따지면서 회피할 수는 없으니 결과적으로 바라는 만큼 승원이를 배려해주진 못한다.
능력 특성상 자제란 어려우므로 단숨에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상처가 불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육체가 자라는 만큼 능력도 성장할 수 있을까, 곧잘 의식적으로 사용해보려 훈련해보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되지 않는다.
제 탓에 승원이가 과하게 능력을 쓰면 죄책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