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는 말했다. 너의 존재만으로 됐다.
로단테는 1년간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가 제우스와의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으로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전장에는 두 사람이 같이 나가야만 했다. 그가 가까운 곳에 있어야 제우스가 능력을 발휘해 키메라를 학살할 수 있었으니까. 로단테는 제우스를 지켜보기만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자신 없이도 괜찮다는 듯이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는 파트너, 그가 부작용을 겪는 모습, 그리고 로단테의 존재가 없어도 이를 극복하려 능력을 갈고 닦는 것까지.
그리고 제우스는 놀랍게도…, 로단테의 능력 사용이 불가능한 것임을 인식하는 순간 관대해졌다. 그렇게 날을 세우고 싸우던 나날이 꼭 거짓말이라도 된 것 같았다. 좋게 본다면 고의가 아님을 안 이상 상황을 수긍한 것이며, 나쁘게 본다면 더 이상 로단테에게 존재 외에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치지 않는 장소에서 얌전히 있는 것으로 됐다. 필요한 것은 내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필수적인 너의 존재다.
로단테의 슬럼프는 길어도 너무 길었다. 그는 제우스의 능력이 강한 만큼 본인의 능력은 없는 수준인 게 아닐까 자조했고,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리고 파트너가 말해주었다. “존재하는 걸로 괜찮다.” 로단테는, 그 말을…, 아직 자신을 기다려준다고 해석했다. 맞다. 착각계다.
제우스는 두 번째로 말했다. 너의 존재만으로 됐다.
로단테가 다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들이 20살이 되기 직전이었다. 키메라에 둘러싸인 제우스, 부작용에 휘감겨 더이상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위기일발의 상황. 신이라도 된 듯이 벼락을 내리치는 제우스였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그가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로단테는 자신이 능력을 발휘해도 제우스를 삼키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자신을 기다려준 파트너를 향한 견고한 신뢰였다. 로단테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왔고, 둘은 제대로 화해했다. 제우스는 로단테를 본인과 동등하다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제 로단테가 그 건으로 화를 낼 일은 없겠지.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제우스의 심리다.
내가 없으면 소용없는 무능력한, 완전히 제 손안에 있던 존재. 로단테가 능력을 각성한 것은 분명히 축하해줘야 할 일이나 미묘한 불쾌감이 그의 내면에 자리했다. 심지어 로단테는 이제 다른 워커의 페널티를 일부 줄이는 것까지 가능했다. 발전은 분명히 기뻤으나…, 넌 그대로 무능했어도 좋았을 텐데.
제우스가 두 번째로 그 말을 한 날, 로단테는 정말로 감동 받았다. 그 말 덕분에 나는 네 옆에 있으면서 극복도 할 수 있었어. 파트너를 향한 신뢰는 이로써 완전해졌다. 내가 얘는 끝까지 데려간다. 그렇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이건 착각계다.
뇌격 雷擊
말 그대로 번개를 발생시키는 이능력이다. 최대 200m가량의 공중에 구름을 대신하는 둥근 구슬을 여러 개 생성해 낙뢰를 내리친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투명한 구슬 속에는 어두운 구름이 휘돈다. 섬세한 조준은 아직 어렵지만 파괴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벼락의 원천이 되는 구슬의 고도는 그 강도와 범위에 비례한다. 6년의 훈련과 실전을 거치며 정확도는 상당히 발전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치명적인 그의 후유증을 파트너가 상당 기간 없애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로단테의 보조를 받는 걸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몸에 직접 전기를 두른 채 뛰어들어 근접전을 벌이는 것. 전류가 흐르는 근원은 본인의 신체가 되며, 강도는 높아지지만 활용 범위는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이 경우 전격은 스스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본인의 호전적인 성격과 잘 맞는 동시에 오감을 잃는 부작용이 전장에서 발생할 시 일종의 전기장을 자신의 몸 주위에 둘러 잃어버린 감각을 보완한다. 로단테가 제대로 된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후에도 이런 방식의 활용을 그치지 않았다.
혼돈식 渾沌食
사용 대상을 인식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 신의 이름을 가진 파트너만을 위한 사용법이라 생각했으나, 다른 이에게 사용할 때도 발동 조건은 같다. 누구를 위해 기도하든 로단테의 파트너는 하나뿐이라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얻는 자에게 생명이 되며 그의 온 육체의 건강이 됨이라 ―잠언 4장 22절
능력 사용 후유증 및 패널티의 무효화라는 효과는 여전히 자신의 파트너에게만 적용된다. 꾸준한 단련으로 다른 이에게도 사용이 가능해지긴 했으나 완화 정도의 선에서 그친다. 로단테는 어쩌면 이 효과가 상대와의 신뢰도에 비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패널티는 이전보다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속이 조금 쓰리거나,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도. 타인의 패널티를 없애고, 감소시키는 능력이니만큼 그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득실의 관계가 바뀌면 또다시 쓸모없는 파트너가 될 테니까.
기타사항
나이는 둘 다 23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