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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사건 

우리의 관계는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견고했다. 마주 잡은 손을 놓을 일은 없다. 이 세상의 끝이 온다고 해도 너와 나는 함께일 테니까.

첫 가동 이후 연거푸 승전보가 이어졌다. 인류는 희망에 차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그들이 당연시하는 (그야 그를 위해 만들어냈는걸?) 워커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 세레스는 6년간 성실하게 과업을 수행했고 저가 만들어진 목적에 한 점의 불만도 느끼지 않았다. 플로리아는? 바보 같은 질문이다. 그의 낙원이 곧 세레스인 것을. 플로리아에게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은 세레스의 존재뿐이다.

두 사람이 능력이 점차 발전하고, 키메라를 구축하는 게 익숙해지는 만큼 그들이 전장에 서는 시간도 길어졌다. 어떤 날은 아주 위험했다.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자각했을 때에는 이미 쏟아지는 키메라들로 퇴로가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세레스는 완전 수화까지 내몰렸고, 플로리아 역시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을 혹사했다. 두 워커는 무사히 (전신이 피에 젖은 상태였으나 팔다리는 멀쩡하게 붙어있었으므로) 돌아왔으나 곧 전에 없던 강렬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문제가 된 건 그 후다. 플로리아는 거의 전신이 식물에 가까워질 정도로 부작용을 호되게 치렀다. 발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플로리아

20세, 170cm

수동적인 | 우유부단한 | 내성적인 | 겁쟁이

6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플로리아의 성격은 그대로였고, 구원자로 만들어진 존재답지 않다는 말도 여전히 꼬리표처럼 뒤를 따라다녔다.

3년 전 전장에서 능력을 혹사한 그 날부터 슬럼프가 생겼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파트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플로리아를 좀먹기 시작했다. 꽃이 피지 못한 정원은 파트너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장에 나서기 전 항상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플로리아의 바람은 처음부터 파트너와 함께하는 것뿐이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 지금, 모든 것을 버리고 둘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지만, 세레스가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이 싫었다. 그렇기에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내면에서 만들어진 두려움과 공포는 그녀를 더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세레스

20세, 175cm

경계심 강한 | 올곧은 | 인내심 있는 | 눈치 없는

여전히 무뚝뚝한 성격이다. 군인(군인? 병기지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날을 세우는 일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장 좁은 선 안에는 오직 한 사람, 유일무이한 파트너인 플로리아 뿐. 그 외에는 들일 생각도 내보낼 생각도 없다. 3년 전 '그 사건' 이후로 플로리아가 능력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다. 세레스는 보채는 일도, 질책하는 일도 없이 플로리아를 기다린다. 극복하지 못해도 괜찮아. 어려워하지 마. 네 존재만으로 좋아. 위로에는 서툴지만 가만히 끌어안고 말해주며 등을 토닥이는 게 전부다. 플로리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위그드라실

능력을 사용하면 일정 범위를 둘러싸고 녹빛으로 이루어진 정원을 생성한다. 그 정원은 능력으로 만들어진 결계. 정원 안에서 피어나는 것은 꽃들과 커다란 나무. 정원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대상자를 보호하며, 체력이나 상처를 회복시킨다. 정원 안의 식물들이 만개할수록,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이 많아지고, 치료할 수 있는 상처가 늘어난다. 

3년 전 사건 이후 능력의 제어가 어려워진 현재, 플로리아의 정원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자라난 식물에는 가시가 가득했고, 나뭇가지는 메말랐으며, 맺힌 꽃봉오리들은 피어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품을 수는 있었으나, 치유할 수는 없었다.

출입을 허락한 사람은 여전히 세레스뿐이었지만, 지금의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까? 그를 품으면서도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후유증은 손끝부터 천천히 식물처럼 변해가는 것. 부드러운 살은 딱딱해지고, 손끝에서는 마른 꽃잎이 떨어진다. 이전보다 후유증이 생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펜릴

능력을 사용하면 최대 7m가량의 몸길이를 가진 검은 늑대로 수화한다. 그보다 작다면 크기 조절은 원하는 대로 가능한 듯. 강철도 우습게 뭉개는 이빨과 발톱, 뚫리지 않는 가죽과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속도를 이용해 키메라를 부수는 초근접 전형 워커이다. 완전 수화 시에는 지능이 떨어져 적을 물어뜯는 흉포한 짐승이 된다. 피아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모두 잃는 것은 아니지만, 윗선의 명령보다 오직 플로리아의 말과 안전을 중시하게 된다. 파트너 워커와 단둘이 있을 때에는 늑대로 변한 채여도 경계를 세우는 일 없이 순해진다. 능력을 발전시키며 완전 수화 시의 장점을 하나 더 찾아냈다. 육안으로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는 회복 능력이다. 이 때문에 잃은 체력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파트너가 슬럼프에 빠진 후 완전 수화를 더 애용하게 되었다.

이제는 쉽게 집중이 깨지지 않는다. 세레스의 정신은 점점 단단해졌다.

능력을 사용한 후유증은 일정 시간 동안 완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것. 본인의 의지로 수인화했을 때와의 차이점은 지능이 온전하다는 것과 전투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과 늑대가 뒤섞인, 혹은 작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모든 신체 능력이 일반인 이하로 감퇴한다. 다행히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언제 후유증이 사라지는지 스스로 짐작이 가능하다.

플로리아가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후 급격하게 발전했다. 파트너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내몰며 노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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