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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후, 둘의 막간 이야기

#1.
접속을 개시한 찰나의 순간 신소는 간신히, 혼탁하고 부정하고 거센 오물의 바다에서 정신을 유지했다. 수많은 내성 훈련을 거쳤음에도 목구멍으로 욕지기가 올라왔지만, 가까스로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이고 거쳐야 할 일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겨우 매달려 있는 자신의 존재를 위해, 그리고 유일무이한 파트너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2.

기념비적인 첫 전투가 끝나고, 둘은 진창이 된 머릿속과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간신히 서로 기대어 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으스러진 키메라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피투성이가 된 많은 동기와는 달리 장갑조차 벗겨지지 않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괴물의 머릿속에 고개를 처박았던 이들에겐 아직도 인간에겐 들리지 않을 주파수의 노성이 메아리친다. 비명의 잔향이 그에 가려지는 듯했다가 사라지지 않고 귓가에 들러붙었다. 워커의- 사람의 비명.

#3.

후방에서는 신경을 기울여 살피면 산재한 최첨단 촬영 장비들의 반짝이는 렌즈가 보였다. 아마 같은 전장에 있는 워커들 중에 호넷 콕스에게 가장 익숙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전투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금까지 ‘지켜보았을’ 테지만 호넷은 어쩐지 처음으로 그것들을 쳐다봐야 한다는 것을 한 치라도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피와 비명과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함으로 이루어진 전쟁터의 땅울림을, 나지막이 속삭이는 사람들의 음성이 벌써 밀어내는 듯했다. 저와 똑같은 색을 한 눈길이 벌써 꽂혀내라는 것 같아 전투 중과는 다른 긴장이 등줄기를 굳힌다. 호넷은 여즉 숨을 가라앉히지 못한 파트너에게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그건 전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가감 없이 닿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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