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ILIG.co 사에서 자사 후원으로 제작된 워커 ‘호넷 콕스’와 그 페어를 전면 후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멸종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었던 키메라의 새로운 동태가 포착되면서 워커들에 대한 수배령이 전면 철회된 지금, 해당 워커들을 은닉하고 있었던 KILIG.co 기업의 최근 행적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일어났으나 그 세력은 약하다. 여론은 오히려 정부와 인류의 배척에 맞서 두 워커를 완전히 인간의 편으로 남게 해준 오너 A. 콕스의 역량에 우호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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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고 배신감에 치를 떨지 않았겠는가?
우리의 시조가 범죄하며 교사들에겐 배반당하였으니 성소의 인간들을 욕되게 하며 도시가 진멸 당하도록 내어 주며 우두머리는 비방거리가 되게 하리라(이사야 43:27-28) 마음먹고 싶지 않았겠는가?
애써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푸른 물결이 눈꺼풀 안에서 요동친다. 키메라를 쳐부수러 번번이 푸른 피가 도는 신경망에 정신을 접속했을 때처럼, 태고의 차가운 바다 밑바닥부터 아스라이 끌어당기는 인력이 의식 안에서 뒤척였다. 우리들의 혈관에도 같은 색의 피가 돌고 있다는 것을, 본능이 같은 결의 욕망을 원한다는 것을 보이지도 않는 파도가 쉼 없이 가르쳐준다.
신소에게, 이미 알아보았던 것을 확인하는 것은 쉬웠다. 호넷은, 가문의 이름을 받았듯이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그보다 인간의 피가 진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을 한번 찢어놓았던 배신보다 바다의 부름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제 짝이야말로 불안의 근원일 수밖에. 호넷은 늘 필사적으로 그 애의 손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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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그 두 명의 ‘워커’들이 군 장성들과의 만찬을 가진 사실이 확인되었는데요, 놀랍게도 이 만찬에는 KILIG. co의 오너 A. 콕스씨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호넷 콕스와― 신소. 그 둘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지요. KILIG의 전폭적인 협력을, 재등장한 키메라 대응에 이끌어준 장본인들 아닙니까.”
“대기업이 워커들을 시의적절한 때에 이용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넓힌 것이지요. 여전히 A. 콕스의 그림자에서 그들이 벗어났다고 보십니까? 심지어 원래 그 기업의 손이 닿아있지 않았던 정부 소속 워커들도 이번 사건에서―”
“이건 아십니까? 이제 공공연하게 ‘워커’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용했다가 저버린 기관과 정부가 멋대로 타자화하는 이름 대신, 인류를 선택한 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시민권과 소속감을 제공하자는 거죠.”
“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이미 호넷 콕스와 그 파트너는 군 내에서 정식 분과의 직함이 수여되리라는 것이 암암리에 확정된 사실이잖습니까. 금번의 만찬으로 보아 명약관화하게 공인되었군요.”
“그렇기에 가만히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워커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지표가 아닙니까? 가뜩이나 여론몰이까지 하며 시민들의 지지까지 얻고 있는 마당에―”
“정당하게 얻고 있는 지지겠지요!”
“진정하시죠, 여러분! 토론이 과열되는 것 같으니 잠시 5분간의 휴식 시간을 갖겠습니다. 청취자분들께서는 채널 고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는 ■■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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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소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신소에게, 이미 학습했던 것을 추론하는 것은 쉬웠다. 인간과 키메라 둘 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으니, 그는 반 쪽이이자 절름발이의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함께 태어나 부름 받고 있는 워커들과 열 개의 뿔을 가진 키메라들은 행성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달리 해석하라 종용할지도 모르나 신소는 더더욱, 자신이 스물다섯 해 이상 지켜온 스스로의 세계의 모양을 믿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 세계를 함께 만들어온 것은― 호넷 콕스였으니까.
그리하여 그들은 인간의 울타리 안에 성을 짓기로 했다. 반석 삼은 것이 모래언덕인지 암석인지는 사바세계의 인간들과 마지막 포효를 내놓을 괴물들이 싸우며 알게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