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파트너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함께해야 하는 파트너, 전장에 함께 설 전우이기 이전에 두 사람은 서로를 가족으로 정의한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쭉 함께 자라 왔고, 서로가 있어야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혈육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나이는 각자 신시아가 15세, 헤세드가 16세로 특별히 오빠 동생을 나눈 것은 아니었으나 두 사람은 서로를 정의할 한 가지 단어를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 답했다.
신시아
책임감, 사명감, 성실성. 선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소유한 사람. 완고하고 심지가 강한 반면 다소 원칙주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어려운 것이 초능력의 발달의 문제가 된다는 평가가 있다.
스스로가 워커라는 자각이 강하다. 인류의 안위를 수호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으며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굳은 심지 또한 가지고 있다. 강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스스로 지려는 한편, 이것을 전혀 버겁다 느끼지 않는다. 많은 생명을 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옳은 것’ 이며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당사자인 그는 결론 내렸다.
혹자가 ‘세계의 안위를 위해 아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아야 하는가?’ 라고 물으며 워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논할 때, ‘자신들이 아니라면 누가 할 수 있고, 누가 의무를 지겠느냐’며 답을 일축했다.
인륜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맞설 능력이 없는 이들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적에 대항하며 덧없이 목숨을 버리느니, 해낼 능력이 있는 자신이 의무를 지는 것이 더욱 인륜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그 결론을 스스로가 숭고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므로 어쩌면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다만 신시아는 홀로 완전하지 못해 헤세드가 필요했다. 저와 같은 의무를 지운다는 것이 헤세드에게는 버거운 일인지도 모른 채, 그는 두 사람이 언제나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
헤세드
그는 워커로서의 의무를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이, 해가 지면 달이 오르듯이 자연스럽게 여기고 행하였다. 그러나 제 파트너인 신시아와는 조금 의미가 달랐다. 그에게는 긍지가 없었기에. 그는 그것을 미처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을, 우리와 저들을 향해 쏟아지는 기대가 무겁기도 했으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에게는 향할 곳이 없었으니.
사소한 일에 관해서는 흑과 백을 명확히 가르는 것을 좋아하다가도 명령 앞에서는 온순한 종이 되었다. 버림받고 싶지 않았으니. 그는 인류를 수호한다는 거창한 의식이 없었다. 의무에 따른다는 아주 무식하고도 단순한 기초만이 깔려 있을 뿐.
좋게 말하면 뚜렷한 의견과 솔직담백함.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고집쟁이 독설가이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한 번 결정하고 나면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도 제 주장을 쉬이 꺾지 않았다. 때문에 신시아의 올곧고 강경한 성정과 헤세드의 날이 서 있고 욱하는 성격은 자주 마찰을 일으키곤 했다. 그럼에도 신시아를 향해 갖는 감정은 파트너이기 이전에 가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한층 격 없이 대하는 편.
애정. 그것은 인공적으로 탄생한 그에게 있어서는 모순적이다시피 강렬한 정체성이었다. 쉬이 받을 수 없었던 것이기에 집착했으며 서툴렀으나 타인에게 베풀고 싶어 하였다. 또한 적게나마 보답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의 방향은 당연하리만큼 신시아를 향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니까. 너만큼은 날 이해해 주리라고.
첫 만남
첫 만남이라고 부를 만한 순간이 있었을까, 둘은 기억하고 있는 모든 순간에 서로가 옆에 있었다. 제작되기 시작할 때부터 한 쌍으로 묶여 있었고, 매 순간 함께였으며, 생사를 함께할 이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때문에 실험실에서 태어나 부모랄 것이 없고, 따라서 성이랄 것도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성을 지어 붙인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헤세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그가 찾는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종종 같은 이름을 공유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공유하는, 이름 뒤에 붙는 낯선 글자는 두 사람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평범함을 부러워했는지, 혹은 그것이 가족이라 불리기 위한 조건이라고 여겼는지, 헤세드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둘만의 성을 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지게 된 이름이 [포르텐] portént , 기적이라는 뜻의 ‘porténtum’ 에서 가져온 말로 인류가 만들어 낸 기적이자, 동시에 기적을 행할 구원자인 자신들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앞으로의 의지를 다지고 싶다며 신시아가 제안한 이름이었다.
전장
대개 신시아가 방어를, 헤세드가 공격을 맡는다. 신시아의 능력은 여러 개의 무기로 키메라를 제압하기 수월했고, 닿는 적을 재로 만드는 헤세드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는 최적의 서포터였다.
각각 흰 제복과 검은 제복을 택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일상
일정 범위 내에 파트너가 없으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헤세드를 억지로 데리고 나와 훈련하는 신시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기가 허공을 가르는 와중에 뚱한 얼굴로 독서를 하는 모습들이 꽤나 이질적이기도 하다.
시야를 가릴 정도의 비가 쏟아지는 날엔 신시아도 고집을 꺾고 헤세드의 손에 이끌려 얌전히 하루를 지내기도 했다. 헤세드는 썩 나쁘지 않은 솜씨로 피아노를 치곤 했는데, 그는 연주를 듣는 신시아가 제 곁에 있는 그런 평온한 시간을 좋아했다. 그래서 헤세드는 종종 비가 자주 내리기를 소망했다.
철의 주인
일정 범위 내의 금속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능력의 사용 범위는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15m 이내, 중량은 최대 300kg. 금속으로 된 물질을 제 손발처럼 다룰 수 있으며, 대상을 자신에게 끌어오거나, 움직여 표적을 맞히거나, 공중에 부유시키거나, 모양과 형태를 변형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운용한다. 금속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으나, 본인은 철과 합이 가장 잘 맞는다고 느낀다. 철 함량이 높은 무기일수록 운용에 수월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동시에 다수의 물체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나, 이때 물체의 중량은 그 수에 반비례한다.
능력을 사용하는 중에는 몸이 회색으로 변한다. 손끝과 발끝을 비롯한 신체 말단 부위부터 변색이 시작되며, 최종적으로는 흰자위까지 회색빛으로 변한다. 능력을 해제하는 순간 신체는 서서히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신체가 딱딱하게 굳고 온몸의 활동이 정지하므로 사용상의 유의가 필요하다. 장시간 강한 힘을 사용할 경우 사고와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고, 몸이 굳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지속할 경우 종래에는 동상처럼 굳어버린다.
경화 상태일 때의 재질은 구성요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미지의 금속이나, 경도가 순철과 비슷한 무른 쇠이기 때문에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으로서는 한계가 있으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한 번 신체가 경화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상처가 잘 붙지 않고 회복마저 더디게 진행되므로 유의할 것.
최종 단계에서는 물질대사 역시 멈춰버리기 때문에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잦아질 경우 신체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서서히 돌아온다. 능력 사용 중 변화하는 신체의 색이 검은 색에 가까울수록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루시오illūsiō
시전자의 손길, 숨결, 타액 등 신체를 이루는 혹은 이루던 것이 닿는 부분을 재로 만든다.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시전자가 대상에게 직접 닿을 수 있을 만한 거리를 요구한다는 점과 매개체를 통한 강화(거리가 멀어 닿지 않는 곳을 물건을 이용해 닿는다거나 범위를 넓히는 등)가 불가능한 특성이 저절로 제한을 만들었다.
힘이 사용된 위력에 따라 신체의 불특정 일부가 타들어가 화상을 입는다. 영구적인 부상이 아닌 보통의 화상이라 치료가 가능하나 적절한 때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여 흉이 지거나, 이능 사용에 대한 숙련도가 완벽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사용된 능력 덕에 그의 몸은 크고 작은 상처로 뒤덮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