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반쪽이었다. 모두들 우리가 능력을 사용하기를 바랐으니 항상 함께였던 것이 당연했다. 내가 네 파트너이고, 네가 내 파트너라서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걸까? 우리가 이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니라면 어때…. 우리가 떨어질 일은 없을 텐데. 누구도 입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으나 그런 신뢰와 유대가 플로리아와 세레스를 잇고 있다. 네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부재를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이.
관계
워커는 둘이서 한 쌍, 파트너가 보이지 않으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공격 능력이라고는 없는 데다가 성격 역시 유약한 플로리아를 걱정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세레스는 원거리가 불가능한 공격 방식이기에 키메라 사이를 파고들어 종횡무진할 수밖에 없다. 플로리아는 전장 가운데 세레스만이 드나들 수 있는 낙원을 구축하고 그를 기다린다. 상처 입고 지친 전사가 생명이 피어나는 녹빛의 정원에 뛰어들면 플로라는 두 팔로 늑대를 감싸 회복시킨 후 다시 내보낸다.
세레스는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있는 플로리아를 사지에 세운 자신을, 플로리아는 세레스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이 있다. 이는 그들을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플로리아
14세, 139cm
수동적인 | 우유부단한 | 내성적인 | 그럼에도 노력하는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하길 꺼려하며, 매사에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앞서 나아가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걸어간 길을 뒤쫓아 가는 편으로, 구원자로 만들어진 존재 답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힘을 소유한 이유는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제작될 때 부터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문장이지만,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플로리아에게 족쇄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명령이기에 행할 뿐이다. 도망칠 법도 하지만 만들어지고 자란 곳을 떠나 혼자 살아갈 의지는 없다. 떠나지 않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세레스가 이 곳에 있으니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언제나 자신의 파트너 등 뒤에 숨어 있는다.
세레스
14세, 154cm
경계심 강한 | 올곧은 | 인내심 있는 | 노력하는
무뚝뚝하고 새침한 성격으로 타인 앞에서 표정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 가장 좁은 선안에 들인 사람은 유일무이한 파트너인 플로리아 뿐. 그 외에는 같은 워커에 한해 동료라는 인식과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정도다. 워커라는 병기를 만들어내 구원자로 사용하는 인간들, 자신들을 돌보고 훈련시키는 W.O.W에 대해 특별히 유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힘을 소유했으니 선한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목적에 의해 제조되었어도 이를 행하는 것은 나의 의지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아가는 성숙한 자세는 곧은 심지에서 나온다.
위그드라실
능력을 사용하면 지정한 일정 범위를 둘러싸고 녹빛으로 이루어진 정원을 생성한다. 그 정원은 능력으로 만들어진 결계. 정원 안에서 피어나는 것들은 작은 새싹들, 혹은 어린나무. 아직 워커가 가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에, 식물들을 일정 크기 이상으로 키우지 못한다. 정원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대상자를 보호하며, 체력이나 상처를 회복시킨다. 정원 안의 식물들이 만개할수록,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이 많아지고, 치료할 수 있는 상처가 늘어난다. 현재까지는 가벼운 생채기 정도는 완벽하게 치료해낼 수 있다. 만들어낸 낙원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플로리아가 허락한 사람뿐으로, 허가를 받지 못한 이에게는 그저 신기루처럼 보일 뿐이다. 능력을 해제할 때는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허공으로 흩날려 사라진다.
능력을 사용한 후유증은 손끝부터 천천히 식물처럼 변해가는 것. 부드러운 살은 딱딱해지고, 손끝에서는 나뭇잎과 꽃잎이 돋아난다. 능력 사용을 멈추면 변했던 것과 반대의 순서로 천천히 되돌아온다. 지금껏 가장 많이 변한 경험은 팔꿈치까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능력 사용에 망설이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펜릴
능력을 사용하면 최대 2m 가량의 몸길이를 가진 검은 늑대로 수화한다. 그보다 작다면 크기 조절은 원하는 대로 가능한 듯. 강철도 우습게 뭉개는 이빨과 발톱, 뚫리지 않는 가죽과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속도를 이용해 키메라를 부수는 초근접전형 워커이다. 힘을 발휘한다면 인간 모습일 때도 신체 능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기에 평소에는 부분 수화를 더 애용한다고. 완전 수화 시에는 지능이 떨어져 적을 물어뜯는 흉포한 짐승이 되기 때문이다. 피아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모두 잃는 것은 아니지만, 윗선의 명령보다 오직 플로리아의 말과 안전을 중시하게 된다. 파트너 워커와 단둘이 있을 때에는 늑대로 변한 채여도 경계를 세우는 일 없이 순해진다.
집중력이 깨지면 늑대화가 덧씌워진 환영처럼 일그러진다. 그 반대로, 당황하면 조절하지 못하고 늑대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일 역시 있다. 열량 소모가 많기 때문인지 식욕이 강해 남들의 다섯 배 정도는 먹어치우는 대식가이다.
능력을 사용한 후유증은 일정 시간 동안 완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것. 본인의 의지로 수인화했을 때와의 차이점은 지능이 온전하다는 것과 전투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과 늑대가 뒤섞인, 혹은 작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모든 신체 능력이 일반인 이하로 감퇴된다. 다행히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언제 후유증이 사라지는지 스스로 짐작이 가능하다.